

이연복 셰프가 친구 모임
최성락 경영학 박사
[돈의 심리] 회식비 지불에 시기·질투 섞어 말하는 친구와 갈등 때문
이연복 셰프가 한 TV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친구 관계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이 셰프에게는 30년 가까이 만나온 친구 모임이 있었다. 이 셰프가 유명해지고 난 후 친구 모임에서 2차를 갔을 때 “2차는 누가 돈을 내냐”라는 말이 나왔다. 이 셰프는 2차는 자기가 내겠다고 했는데, 그 말을 듣고 한 친구가 “왜 네가 2차를 쏘느냐”며 멱살을 잡았다. 결국 싸움이 났고, 그 후 이 셰프는 모임에 나가지 않는다고 했다. 오랜 친구 모임이 2차 회식비를 내느냐 마느냐 문제로 깨지고 만 것이다. 하지만 2차 회식비를 누가 내느냐가 진짜 원인은 아니다. 이 셰프가 유명해진 것에 대한 시기·질투가 진짜 문제였다. 친구 모임에서 왜 네가 돈을 다 내느냐고 따지는 건 그 사람에게 시기나 질투, 콤플렉스가 있다는 방증이다.
회식비 내면 자랑질로 해석
얼마 전 비슷한 이야기를 다른 친구로부터도 들었다. 이 친구 역시 사회적으로 성공해 어느 정도 지위가 있고 돈도 많이 번다. 이 친구가 고교 동창 모임에 참석했다가 모임 중간에 나오면서 오늘 회식비의 반을 내고 가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다른 동창이 “내려면 다 내지 왜 반만 내냐”며 뭐라고 했다. 친구 사이에 장난스럽게 한 말이라면 별문제가 없다. 하지만 말투나 표정을 보면 그 말이 장난인지 진심인지, 선의인지 악의인지 정도는 구별할 수 있다. 그 동창은 악의로 한 말이었고, 돈도 많으면서 왜 반만 내느냐는 의미였다. 회식비 반을 내겠다는데 왜 다 내지 않느냐고 뭐라고 하는 것도 보통의 경우 하기 힘든 말이다. 이것도 친구에 대한 시기, 질투, 콤플렉스가 마음에 있어서 그렇다. 결국 이 친구도 동기 모임에 더는 가지 않게 됐다.
옛 친구를 만나는 건 실질적인 도움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다. 뭔가 사업 기회가 생긴다거나 업무상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 옛 친구들을 만나는 게 아니다. 다른 모임에서는 그런 걸 기대해도 옛 친구 모임에서는 그렇지 않다. 오랜만에 얼굴을 보고 정서적 만족감, 안정감만 얻으면 된다. 하지만 이렇게 시기 어린 경험을 하게 되면 더는 만나기 힘들다.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사이라도 친구 관계가 계속 유지될 수 없다.
혹자는 정말로 ‘회식비의 반만 낸 것’이 문제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반만 내지 않고 회식비를 전부 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지 않았을까. 성공해 돈도 많으면서 회식비가 얼마나 된다고 그걸 다 내지 않고 반만 낸다고 했으니 그게 문제 아닐까. 회식비를 전부 낸다고 했으면 친구들이 고마워하고 이후에도 잘 지낼 수 있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 회식비를 얼마나 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 셰프는 회식비를 다 낸다고 했고, 이때 반응은 “왜 네가 2차를 쏘느냐”였다. 성공했다고 과시하는 것 아닌가, 돈 많다고 자랑하는 것 아닌가라는 의미가 들어 있다. 회식비는 친구들이 서로 돌아가면서 낼 수도 있고, 특별히 축하할 일이 생기면 혼자서 다 낼 수도 있다. 하지만 성공한 친구, 돈을 많이 번 친구가 회식비를 다 내는 건 자랑질로 해석된다. 회식비를 다 낸다고 해도 좋은 말을 듣지 못한다.
회식비를 반 낸다 해도 문제고, 다 낸다 해도 문제다. 그럼 n분의 1로 나눠 내면 문제가 없을까. 그것도 아니다. 성공해 돈도 벌었는데 친구들에게 한턱을 내지 않는, 쫀쫀하고 야박하며 베풀 줄 모르는 이기적인 친구가 돼버린다.
그럼 돈 많은 사람, 성공한 사람은 어떻게 행동해야 하나. 회식비를 더치페이해도 욕먹고, 반을 내도 욕먹고, 전부 내도 욕먹는다. 욕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뭘 해도 비난받는다. 그래서 결국 성공한 사람은 모임에 더는 나가지 않게 된다. 모임에 나가지 않는다고 욕을 안 먹는 건 아니다. 성공하기 전에는 모임에 나갔는데 성공한 다음부터 나가지 않으면 “옛날에는 안 그랬는데 이제는 변했어”라며 비난받는다. 결국 뭘 해도 욕을 먹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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