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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중환 께서 남기신 글입니다.  [2004/01/29]
高手는 상대방 설득에 간접화법을 쓴다.

손자병법의 주요 병법 중의 하나로 우직지계(迂直之計)란 것이 있다.
우(迂)는 우회한다는 뜻이고, 직(直)은 직선거리로 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의 상식과 달리 우회하는 것이 직선으로 가는 것 보다
목적지에 훨씬 빨리 도착할 수 있다는 계책(計策)이다.

전쟁을 하기에 앞서 적보다 좋은 조건을 차지하려면 전쟁터에 먼저 도착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대부분 직선거리로 기동하지만 그만큼 위험 부담도 크다.
상대방도 아군이 빠른 노선을 택할 것이라는 것을 짐작하고 매복이나 장애물을 설치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직선보다는 우회하는 것으로 안전하게 빨리 부대를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 손자의 생각이다.

인생에서도 우회의 경로를 이용해 남보다 늦은 것 같지만
고속 출세하는 것보다 나은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남보다 빨리 출세하고 승진할수록 중간에 어려움이 도사리고 있기 마련이다.
인생이라는 거대한 회계장부를 결산해 보면 남보다 우회하고 늦은 사람이 의외로 고속 출세길을 달린 사람보다 여러 면에서 여유로운 인생을 산 경우를 흔히 본다.

인간만사(人間萬事) 새옹지마(塞翁之馬)란 말이 있다.
‘회남자(淮南子)’에 나오는 이야기다.
옛날 중국 북방 변방에 있는 요새(要塞) 근처에 한 노옹(老翁)이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이 늙은이가 애지중지하며 기르던 말이 달아났다.
마을 사람들은 말을 잃어버린 늙은이에게 와서 위로의 말을 건넸다.
그러나 노옹은 전혀 슬픈 기색 없이 태연하게 말했다.

“아니오. 누가 알겠소? 내가 말을 잃어버린 일이 복이 될지.”

몇 달이 지난 어느 날 집 나간 말이 짝을 찾아 데리고 돌아왔다.
마을 사람들은 축하의 말을 건넸다.
그러나 노옹은 기쁜 기색도 없이
“아니오. 누가 알겠소? 들어온 말이 화(禍)가 될지”라고 말했다.
어느 날 노옹의 아들이 그 말을 타다가 떨어져 다리가 부러졌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위로하자 노옹은 조금도 슬픈 기색 없이 태연하게 또 말했다.

“아니오. 누가 알겠소? 내 아들이 말에서 떨어져 다리가 부러진 것이 복이 될지.”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어느 날 외적이 국경을 넘어 침입하였다.
마을 장정들은 전쟁에 나가 싸우다가 모두 전사했다.
그러나 노옹의 아들만은 절름발이었기 때문에 징집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결국 그 마을에서 그 절름발이 청년만 무사했다.
그 뒤로 살아 남은 젊은이가 행복했는지 불행했는지는 모른다.
적어도 우리에게 다가오는 변화 무쌍한 상황에 대하여 쉽게 판단할 일은 아니다.

자식을 빨리 출세시키고자 조기교육을 부르짖는 부모 밑에서 병드는 자녀들을 자주 본다.
나이 어린 천재는 있어도 나이 어린 대가는 절대로 있을 수 없다.
‘요절한 모차르트가, 정신병원에서 살다 간 고흐란 사나이가 진정 행복한 천재였을까’라고 생각해 보면 ‘세 살 때 한글을 마치고 혀 밑을 수술해 영어를 익힌다는 것이 그 아이를 진정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까’라는 회의를 해 볼 수 있다.
일찍 출발하는 것이 결코 먼저 도착하는 것은 아니다.

우회의 미학.
이 교훈은 자신의 의도를 상대방에게 관철시키기 위한 언어 습관에서도 힘을 발휘한다.
내가 말하고 싶은 이야기를 상대방에게 직접적으로 말하는 것은 위험하다.
상대방에게 설득 효과도 적을 뿐더러 잘못하면 상대방의 분노를 유발할 수 있다.
이럴 때는 돌아가는 것이 상책이다.
비록 감정을 억제하고 우회하는 것이 힘들더라도 결과는 직설적으로 이야기 한 것보다 크다.

제(齊)나라에 안영이라는 정치가가 있었다.
키는 별로 크지 않지만 당시 세왕에 걸쳐 재상을 하면서 제나라를 패권 국가로 만든 사람이다.
그가 제 나라 왕 경공(景公)을 모실 때 일이다.

어느 날 왕이 사냥을 나갔다.
그런데 사냥지기가 자신의 임무를 다하지 못하고 부주의하여 왕이 사냥한 사냥감을 잃어버렸다.
왕은 화가 머리 끝까지 나서 그 자리에서 사냥지기의 목을 베라고 명령하였다.
같이 사냥을 나갔던 주변의 신하들은 모두 어쩌지 못하고 바라보고만 있었다.

왕이 사냥지기의 목을 베면 사냥감 때문에 신하의 목을 베었다는 소문이 날텐데
그러면 세상 사람들이 경공을 비난할 것은 분명했다.
그러나 지금 나서서 말리다가는
경공의 분노로 봐서 자신들에게도 해가 미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신하들 모두 머뭇거리고 있었다.

신하들은 우회의 정치가 안영에게 도움을 청했다.
안영은 서둘러 경공을 만났다.
그러나 왕은 화가 머리 끝까지 나 있었고 여기서 어떤 말을 직설적으로 한다
해서 왕의 무모한 지시가 철회될 리가 없었다.
안영은 경공에게 이렇게 말했다.

“사냥지기가 자신의 임무를 망각하고 게을리 했으니 죽어 마땅합니다.
제가 그의 죄상 세 가지를 지적하겠습니다.
그래야 세상사람들의 말이 없고 사냥지기가 아무 반발을 못할 것입니다.”

안영은 사냥지기를 끌고 나오라고 해서
그에게 큰소리로 세 가지 죄목을 추궁하기 시작했다.

“너는 세 가지 죄를 범했다.
맡은 바 임무인 임금님의 사냥감을 잃어버린 것이 첫 번째 죄이고,
둘째는 군주로 하여금 한낱 사냥감 때문에 사람을 죽이게 만든 것이고,
셋째는 우리 군주가 사냥감 때문에 사람을 죽였다는 소문이 퍼지면 세상 사람들이 사냥감 때문에 사람을 죽인 군주라고 비난받게 만드는 것이 너 의 죄다.”

안영은 이렇게 세 가지 죄상을 말하고 나서 사냥지기의 목을 베라고 지시하였다.
이것을 보고 있던 경공은 자신이 사냥감 때문에 사람을 죽이는 우를 범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사냥지기를 놓아 주라고 지시하였다.
경공은 안영의 뜻을 충분히 알아차린 것이었다.

직접적이고 즉흥적인 대응은 상대방에게 반발과 분노를 일으킨다.
다양한 비유와 암시 등을 통해서 상대방이 스스로 알아차리게 만드는 것이 설득의 가장 중요한 방법이다.
우회는 분명 힘들지만 가장 흔적 없이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놀라운 힘을 발휘한다.
이런 간접적 설득과 우회의 논리는 현대 중국인의 마인드에 많이 남아 있다.

중국의 외교 전술이나 무역, 경제활동 등에서 자주 사용되는 것이 우회의 전술이다.
때로는 직접적이고 솔직한 표현이 효과가 클 때도 있지만 손자의 생각에서 보면 하수(下手)의 방법론이다.
고수(高手)는 절대로 자신의 의도를 상대방에게 보이지 않는다.
느긋하게 우회의 아름다움을 즐긴다.

그래서 자신의 약점을 강점으로 만들고, 상대방의 강점을 약점으로 만든다.
우회는 냉철한 사고를 가진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고도의 이성적 사유며 전술 이다.
때로는 시간이 더디고, 돌아가는 고통이 힘들지만 결국 그 고통은 조직의 이익으로 전환되고, 더욱 빨리 가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남보다 늦게 출발했지만(後人發) 먼저 도착할 것이다(先人至)’라는 우직지계(迂直之計)의 효과는 비록 병법에서 적군과 요충지를 다투는 전술로 사용되었지만, 인생의 행로(行路)와 논리의 전개, 상대방의 설득에서 의미를 재발견 할 수 있는 손자병법의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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