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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지역, 중국 1/5·한국 2/3 분할 점령

[전문 공개]美 아시아정책연구소의 ‘한반도 시나리오’

“김정일 급사 ▶親·反김정철 내전 발발▶중국군 ‘질서회복’ 명분 개입▶한미연합군 북진▶北지역, 중국 1/5·한국 2/3 분할 점령”

#이른바 ‘2차 북핵 위기’가 시작된 지 만 2년. 상황이 진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10월 충격설(October Surprise)’과 북한체제의 내부 이상설이 떠돈다.
과연 북핵 문제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이와 관련해 미국 기업연구소(AEI) 니콜러스 에버스타트 선임연구원의 보고서 ‘한반도 가상 시나리오’의 본론 전체를 번역, 게재한다. 아시아정책연구소(NBR)의 특별연구과제 ‘2004-2005년 동북아시아’ 연례보고서에 수록된 이 보고서는, 향후 북한 핵 문제의 진행방향을 6개로 나누어 분석했다.
이 가운데 우선 눈길을 끄는 것은 시나리오 ⑤ 북한 내부체제 붕괴 이후의 상황예측이다. 김정일 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평양에서 권력투쟁이 일어난다면 무력충돌로 번지기 쉬우며 따라서 중국이 개입할 것이라고 필자는 예측한다. 결국 합법적 권한을 가진 한국이 미국의 도움을 받아 북한 영토의 3분의 2를, 중국이 5분의 1을 차지하는 상태에서 상황이 안정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시나리오 ⑥에 제시된 북미간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는 경우도 의미심장하다. 필자는 미국이 북한의 핵 수출을 막기 위해 영변 핵 단지를 폭격할 경우 이를 한국정부와 사전 상의하지 않을 수도 있으며 이 경우 동맹은 심각한 위기를 맞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대로 북한이 자작극을 벌여 용산 미군기지를 공격하는 경우 미군은 별달리 대응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므로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은급격히 감소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편집자]#

 
 

[시나리오 ①] ‘불안한 균형’의 지속

한국전쟁이 발발한 1950년 6월부터 북한은 국방과 외교정책에 있어 ‘전략적 기만’이라는 방식에 크게 의존해왔다. 그런 점에서 현재의 북핵 위기가 충격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핵무기를 보유하려는 북한의 노력과 그에 따른 국제사회와의 마찰은 놀라운 뉴스가 아니다. 1993년 3월 북한이 처음으로 핵확산방지조약(NPT) 탈퇴를 천명하고 준(準)전시 상태로 군대를 배치한 이래 국제사회는 북한의 핵개발 프로그램에 경각심을 가져왔다.

3자회담에서 최근의 6자회담까지 계속된 북한과 외부 세계의 마찰은 예측 가능한 전형적인 규칙성을 보이고 있다. 이 과정을 통해 북한은 천천히, 그러나 구조적으로 다음과 같은 일을 진행시켰다. ▲핵 보유 선언을 제한하는 국제조약과 외교적 약속의 취소 ▲핵 물질을 생산할 때까지 충분한 시간 확보 ▲플루토늄 추출과 우라늄 농축의 비밀 진행 ▲핵개발을 포기하지 않고 단지 지연시키는 대가로 사실상의 경제원조를 받아내기.

북핵 위기는 매우 불안한 평형상태로 지속되어왔으며 이 과정에서 북한은 핵 능력을 꾸준히 확장해왔다. 이 불안한 평형상태가 앞으로 15년, 혹은 50년 동안 이어지지 않으리라고 확신할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물론 평형상태를 깰 요인도 많다. 북한 내부의 극적인 변화도 그 한 요인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김정일의 갑작스런 죽음, 김정일 일가를 몰락시킬 쿠데타나 폭동, 내부 권력투쟁, 부분적인 권력상실, 전면적인 붕괴 등의 경우다.

또 다른 요인으로는 국제 사회의 개입을 들 수 있다. 우선 핵 협상에 참여하고 있는 5개 주변국이 있고, 유럽연합(EU)을 비롯해 국제원자력기구(IAEA), 세계은행(World Bank),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같은 국제기구가 나설 수도 있다.

외부의 개입은 완전히 다른 두 가지 시나리오로 나뉜다. 먼저 북한이 자발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방법으로 영구적인 비핵화를 단행하는 대가로 각종 경제 특혜와 이익을 제공하는 ‘성공적 유화외교’가 있다. 다른 하나는 북한의 핵무장을 제거하기 위해 군사적 압력을 포함한 제재를 가하는 ‘성공적 강압 외교’다.

[시나리오 ②] 핵 협상 타결

 

6자회담 참가국 입장에서 북한 핵문제의 가장 바람직한 시나리오는 북한에 경제·외교·안보적 혜택이라는 대가를 제공하고 핵무기를 신뢰할 수 있는 방식으로 영구히 제거하는 방안이다. 주변국과의 협상을 통해 북한은 핵 포트폴리오를 완벽하게 공개하는 동시에 이를 중단시키며, 궁극적으로는 폐기하는 대신 다음과 같은 대가를 전부 혹은 일부 얻는다.

▲주변국 일부, 혹은 전부로부터의 직접적인 경제원조(무역재개 포함) ▲아시아개발은행(ADB),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IMF) 가입 및 이들로부터의 무상원조나 무상대출 ▲전력, 교통, 광산 등의 개발 프로젝트 지원 ▲북미(또는 북일) 외교관계 정상화 ▲미국 및 그 동맹국의 안전보장.

보다 광범위한 시나리오도 쓸 수 있다. 거대한 협상을 통해 북한의 각종 안보문제를 포괄적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생물무기, 화학무기, 탄도미사일) 폐기, 전진배치된 인민군의 감축 및 세력약화, 남북한의 상호인정 등이 있다.

이 시나리오의 결론은 쉽게 말해 관련국 모두의 윈-윈(win-win) 게임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갖가지 안보불안이 즉각 완화되고 투자하기 좋은 비즈니스 환경이 조성된다. 한반도와 세계경제를 하나로 통합하는 주요 프로젝트-시베리아횡단철도 연결이나 러·한·일 에너지라인 건설 등-가 실천되면서 엄청난 파급효과를 낳을 것이다. 북한이 비핵화됨에 따라 주변국의 군비가 축소되어 얻는 재정적 이익도 만만치 않다. 북한에 수백억달러 규모의 지원이 필요하다 해도 이를 통해 상쇄할 수 있다.

그러나 거꾸로 생각해보면 ‘핵 협상 타결’ 시나리오는 복잡한 장기이슈를 안고 있다. 우선 고질적인 핵 확산국을 경제적으로 매수했다는 선례를 남기게 된다는 점. 다른 지역에서 비핵화를 강제하는 작업이 훨씬 더 어려워질 공산이 크다. 그 부담의 상당부분은 아마도 미국이 안게 될 것이다.

또한 북핵 협상이 타결되면 일본의 미사일방어(MD) 프로그램은 명분을 잃는다. 중국은 일본이 MD 프로그램 추진을 지속하는 데 대해 강한 의구심을 나타낼 것이다. 결과적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경쟁이 훨씬 첨예해질 가능성이 크고 한미 군사동맹의 가치에 대한 논쟁이 한층 거세질 것이다.

협상이 타결되고 북핵 위기가 완전히 해소되면 한반도 주변의 안보환경은 근본적으로 달라지게 되지만, 정작 문제는 북한이 핵 보유 노력을 포기할 이유가 없다는 데 있다. 핵 협상 타결이 주변국들에게는 이익이 될지 몰라도 북한 당국자 입장에서 보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서구의 외교관이나 게임 이론가들이 보기에는 ‘윈-윈’이야말로 이상적인 해결 방안이다. 그러나 북한의 권력층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 북한이 협상에서 ‘너희가 져야 우리가 이긴다’는 개념에 집착하고 있음은 여러 회담을 통해 이미 확인된 바 있다. 상대편을 위험한 존재나 ‘악(惡)’이라고 여기는 경우에는 오로지 ‘윈-루스’만이 현명하거나 윤리적인 결론일 수 있다.

또한 북한이 과연 핵 외교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포기할 것인지도 의문이다. 핵무기는 순식간에 대외관계를 평등하게 만든다. 북한은 지난 10년간의 협상을 통해 이 사실을 분명히 인식했을 것이다. 만약 북한이 핵무기(혹은 핵 잠재력)를 확보하지 못했다면 국제적으로 북한의 위상은 경제적 능력에 비례하는 미미한 수준에 그쳤을 것이다.

더욱이 핵무기는 북한이 자신들의 방식으로 한반도를 통일하는 데 긴요한 물리적 수단이다. ‘조선반도의 자주적 통일’이라는 목표를 포기하는 것은 북한 권력층에게 굴욕일 뿐 아니라, 권력의 안보를 위협하는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 또한 핵을 포기하면 북한은 정상적인 상업교역을 근간으로 국제사회와 관계를 맺어야 하는데, 북한의 체제원리상 이 같은 상업거래는 체제를 붕괴시키는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근본적으로 이들에게 세계화는 피해야 할 두려운 대상인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평화롭고 자발적인 핵 협상 타결’ 시나리오는 그 결과가 타당하고 매력적임에도 근본적으로 실행 불가능한 것임에 틀림없다. 결국 국제사회가 안전과 평화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현존하는 북한권력에 개입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북한 내부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하기 전까지 핵 협상 타결 시나리오가 실현될 가능성은 극히 적다.

[시나리오 ③] 북한 핵 능력의 실질적인 완성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현 상태가 영구적으로 지속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평화롭고 자발적인 핵 협상 타결도 불가능하다면 이제는 가능한 다른 시나리오들을 고려해볼 차례다. 첫 번째로 살펴볼 것은 북한이 실질적으로 핵 능력을 완성하는 경우의 시나리오다. 북한이 외부의 감시에도 불구하고 은밀한 핵개발 과정을 거쳐 사실상 핵무기 생산능력을 보유하는 단계에 다다른다고 가정해보자. 핵을 보유했다는 분명한 증거는 없지만 그 가능성은 점점 뚜렷해지고 그에 따른 긴장도 증폭되는 상황이 전개된다.

이 시나리오의 초기에 북한은 동북아 주변국들 혹은 다른 국가나 기관들과 형식적인 회담을 갖는 데 동의한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플루토늄을 재처리하고 고농축우라늄을 가공하는 한편, 스스로의 핵 능력에 대해 인정도 부인도 하지 않는 입장을 취하며 핵 외교를 진행하다가 마침내 핵에 대한 최후통첩을 던질 것이다. 다음은 그 전개과정을 가정해본 것이다.

 

[북한 당국은 결론은 없고 논쟁만 반복되는 6자회담을 몇 차례 더 한 뒤 갑자기 회담실패를 선언한다. 공식적인 회담거부 이유는 미국이 6자회담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 미국은 대북 선제공격이라는 숨겨진 목적을 갖고 있어 6자회담의 실패를 원한다는 주장이다.

북한은 한국을 포함한 한반도를 보호하기 위해 미국의 무분별한 계략에 맞서 핵무기를 사용하겠다고 경고하고, 한국과 일본에 주둔하는 미군기지도 그 대상에 포함될 것임을 분명히 한다. 또한 한국내의 미 공군부대 및 C4I 시설이 미국의 기습공격 도구로 사용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이들을 모두 미 본토로 철수하지 않으면 자기방어 차원에서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다.

워싱턴은 일단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인내심을 갖고 스스로 한국내 모든 공격수단을 제거하는 데 동의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인 반응을 얻지 못할 경우 북한은 “우리 인민의 힘을 보여주는 무서운 국방력을 과시”함으로써 “미국이 만들어낸 위기”의 심각성을 더욱 증폭시키려 할 것이다.]

이 시나리오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북한의 핵 모호성이 한미간의 군사동맹을 점점 약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다. 북한의 핵 능력이 축적되고 핵 위협을 암시하는 수위가 올라가면서 한국의 대중은 한미안보동맹의 맹점에 주목하게 된다. 특히 자신들이 통제할 수 없는 힘, 즉 북한과 미국의 관계 악화로 한국이 부적절한 위험에 노출되는 상황에 불만을 갖게 되는 것이다. 북핵 문제가 전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두려움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이나 미군 주둔에 대한 대중적 지지를 떨어뜨린다. 북핵 위기가 한미군사동맹을 와해시키는 기폭제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것이다.

한편 일본의 반응은 정반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핵 위협이 고조되고 한미동맹이 위기에 처하면 일본과 미국은 진정한 동맹이라 할 만큼 강하게 연대하는 동시에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제한돼 있던 일본의 안보정책은 빗장이 풀리게 될 것이다.

한미동맹의 완전한 붕괴는 중국으로서는 달갑지 않은 시나리오다. 한미동맹이 깨진다면 중국은 북한의 극단적인 시도를 억제하는 데 있어 이전보다 훨씬 무겁고 분명한 짐을 지게 된다. 또한 한미동맹이 깨지면 동북아 전체에 심각한 경제적 여파가 미치게 될 것이 분명한데, 중국도 그 파장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북한 입장에서 보면 이 시나리오는 비교적 적은 위험을 감수하고도 큰 보상을 얻을 수 있는 길이다. 이 같은 상황전개가 북한에 상대적으로 매력적이라는 사실은 그동안 북한이 이 시나리오와 일치하는 게임플랜을 채택한 이유가 무엇인지 명쾌하게 설명해준다.

[시나리오 ④] 북한의 전면적인 핵 능력 보유

이 시나리오는 북한이 핵 능력을 보유하는 데 성공했음을 전세계에 명확하게 공개하고 나서는 상황을 가정한다.

지하 핵실험이나 핵탄두 실험 등이 그 예다. 북한이 핵실험에 성공할 경우, 미국은 이에 대해 6자회담 참가국들과 함께 보복조치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에 따른 후속조치(외교적 상호작용과 한국정부의 정치적 선언)로 한미동맹은 붕괴될 가능성이 크다. 즉각적인 보복조치 대신 주변국들이 북한의 비핵화와 정권교체를 도모해 봉쇄와 고립정책을 협력적으로 추진하는 시나리오도 생각해볼 수 있다. 이 경우 한국과 중국, 미국은 각각 다음과 같은 고민에 빠지게 된다.

1998년 이후 대북 유화정책의 기조를 유지해온 한국정부는 국민의 불신에 직면한다. 북한이 일방적인 위협행동에 나설 경우 햇볕정책이나 대북 유화정책을 추진해온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한꺼번에 무너질 수도 있다. 중국의 경우 상황을 묵인하고 ‘핵 보유국 북한’의 등장에 적응하려는 입장으로 선회할 가능성과 반대로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 위험한 신흥세력을 포용하는 데 예민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모두 존재한다.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미국의 반응은 이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강경책일 가능성이 높지만, 의외로 극히 미약하게 반응하거나 실제로 개입하기 어려운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 어느 경우든 그동안 미국이 안보에 기울인 노력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될 것이다. 미국이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 한미동맹은 위태로워지고 미일동맹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반면 북한은 핵실험을 통해 일대 전략적 전환을 도모할 수 있다(동북아에서 미국의 입지를 축소시키고 한국을 취약하고 다루기 쉬운 상태로 만든다). 그러나 주변국들은 북한에 한층 적대적이 될 것이다. 누구도 북한체제를 지원할 뜻이 없어지고 혹은 북한정권의 붕괴를 위한 노력에 가세할 수도 있다. 효과가 큰 게임은 그만큼 위험도 크다. 핵 보유국이 되겠다는 북한의 결정은 주변국에 심각한 난관을 초래하지만, 북한정권에도 어려운 선택이 될 것이다. 북한이 서울, 베이징, 워싱턴의 역공을 당당히 받아낼 자신이 없다면, 은밀히 핵 능력을 확장하는 대신 핵 능력 보유를 전면적으로 공개하고 나서는 것은 결과적으로 전략적 오류가 될 공산이 높다.

[시나리오 ⑤] 북한 내부의 체제 붕괴

이 시나리오는 북한 내에 현존하는 심각한 긴장과 모순이 체제의 붕괴를 야기하고, 김정일 정권이 더 이상 영토를 통제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을 가정한다.

결론적으로 북한은 한국에 흡수되고 결국 한국이 통일의 주체가 될 것이다. 다만 체제붕괴 이후 통일에 이르는 과정에 발생하는 비용과 사회적 불안 같은 변수는 남아 있다. 분명한 것은 북한 정부가 붕괴하면 북핵 위기도 끝난다는 사실이다. 북한을 흡수할 한국이 NPT의 충실한 회원이고, 핵무기 개발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부인해왔기 때문이다.

정권 붕괴 이후 북한에서 발생할 무력충돌이 얼마나 심각할 것인지, 그 충돌이 주변국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붕괴 과정에서 북한정권이 핵무기 사용을 위협했는지 등의 변수에 따라 이후 동북아의 안보환경은 극과 극으로 갈릴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이 지역내 안보불안을 최소화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할 수도 있고, 반대로 상호불신이 증폭될 수도 있다. 어떤 시나리오가 전개되느냐에 따라 북한 붕괴 이후 한반도의 상황은 놀라울 정도로 발전할 수도, 무서울 정도로 나빠질 수도 있다.

[가장 낙관적인 조건은 북한 붕괴과정에서 조직적인 무력사용이 거의 없는 경우다. 미국은 중국 및 다른 동맹국들과 협조해 북한의 신속하고 체계적인 평화유지를 위해 개입한다. 곧 북한 인민군의 질서정연한 비무장화가 이루어지며, 북한내 모든 핵이 완전한 조사를 받는다. 북한은 한국 헌법 제2조와 3조에 근거해 법적·행정적으로 한국에 결합된다. 한·미·일의 정치·군사동맹은 더욱 강화되고, 북한 지역에 시장 중심의 경제체제가 들어서기 위한 방법이 마련된다.]

 

이러한 상황전개는 현재의 동북아 정세에 1989년부터 1990년 사이에 전개된 독일의 통일절차를 대입해 재구성해본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덜 낙관적이고 더 복잡하지만 개연성은 비슷한 또 다른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그 구체적인 상황전개는 다음과 같다.

 

[김정일의 예기치 못한 사망으로 북한정권 내에서 권력투쟁이 발생한다. 군부의 핵심세력은 단지 부분적인 장악력만 갖고 있는 후계자 김정철에게 권력을 내주지 않으려 한다. 권력투쟁은 평양 내에서 정치적으로 해결되지 못하고, 북한은 일주일 내에 김씨 일가에 대한 충성파와 반역파의 전장(戰場)으로 변한다. 빠르게 번져가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주변국들은 북한에 대한 개입으로 해석되어 인민군의 보복조치를 야기할 수 있는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이나 다른 동맹국, 러시아에 알리지 않은 채 유사시에 대비한 주요병력 배치선을 압록강 주변으로 이동시킨다. 자강도에 배치된 인민군 전투부대가 실수로 중국 인민해방군 진지에 포격을 가하게 되고 인민해방군 부대에는 심각한 피해와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다. 중국은 보복공격을 단행하고 인민해방군 병력이 북한으로 진입하기 시작한다. 중국 정부는 북한 상황으로 발생한 위험으로부터 자국 국민을 보호하고 북한의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진입했다고 대외에 발표한다. 또한 중국 정부는 북한 내전의 양 당사자들에게 자신들의 평화유지활동이 어떤 식으로든 비정상적인 공격을 받을 경우 더 광범위한 보복공격을 가할 것임을 경고한다.

중국군이 평양을 향해 진군할수록 북한 내부의 혼란과 분열은 심화된다. 모든 도로는 피난민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내전을 벌이고 있는 양측은 권력을 완전히 찬탈당할 것이 두려워 미국, 한국, 일본 등에 ‘서구의 개입은 핵무기의 사용을 부를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러한 핵 위협을 계기로 한·미·일 3국은 긴급 정상회담을 열고 더 이상 좌시하기에는 북한내 상황이 너무 위험하다는 데 의견을 모은다.

이에 따라 전진 배치된 인민군 포대와 스커드 미사일 등을 압박하기 위해 미 공군이 출격하고 노동·대포동 미사일 기지를 무력화하기 위한 공격도 감행된다. 미국의 도움을 받아 한국의 육군부대가 평양으로 기동진격하고 이 과정에서 전투가 벌어진다. 서울은 장사정포 공격을 받아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고 일본에 있는 미군기지와 일본의 한 도시도 핵을 탑재하지 않은 노동 미사일에 피습된다. 피해는 미미하지만 시민들은 일시적인 공황상태에 빠진다.

그 달 말 (일본의 해외지원을 받은) 한국군과 미군은 북한지역의 3분의 2를 점령하고, 중국군이 5분의 1을 점령한다. 나머지 지역은 여전히 무주공산(無主空山)의 완충지대로 남아 있는 상태에서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이 핵 장비 12개와 비밀 핵 시설 6개를 보유하고 있었다는 정보를 확보한다. 그러나 실제로 입수하거나 소재를 파악한 것은 핵 장비 2개와 핵 시설 3곳뿐이다.

김씨 일가와 측근들은 중국으로 도피하고 그곳에 망명정부를 세울 수 있다는 허락을 얻는다. 미국과 한국, 일본은 북한이 더 이상 정부가 아니라는 공식입장을 채택하고 북한의 모든 영역이 법적으로 대한민국 영토임을 천명한다. 그러나 중국은 북한이 여전히 주권국이며 국제법상 김정철이 그 수뇌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러시아는 이 문제가 UN에 의해 결정되어야 한다는 중재안을 제시한다. 로마의 세계식량기구(WFP)는 북한이 대량 기아사태에 직면해 있다고 발표한다.]

[시나리오 ⑥] 북한과 주변국들간의 군사적 충돌

마지막으로 상정해볼 시나리오는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충돌에 의해 북한이 붕괴하는 경우다. 실제로 핵 위기가 계속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충돌 가능성은 점차 증가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시나리오는 동북아 주변국들에게는 가장 끔찍한 시나리오다. 사실 이 시나리오는 지정학적 전략보다 군사전술과 연관이 깊기 때문에 워게임(war game)을 통해 더 제대로 예측할 수 있다. 다양한 가능성이 있지만, 상반된 전제를 바탕으로 한두 개의 가설을 소개한다. 하나는 미국이 북한을 선제공격하는 경우고 다른 하나는 북한이 먼저 한국의 미군기지를 공격하는 경우다.

[ 1) 미국의 선제공격

미국 정부는 북한이 작은 핵 장비를 국제 테러단체에 비밀리에 판매하기로 했다는 신뢰성 높은 정보를 수집하게 된다. 미국은 북한과 핵 협상을 다시 벌인다. 이 협상에서 북한측 대표는 핵개발을 지속할 자국의 ‘주권’을 주장하며, 북한에 대한 봉쇄조치를 감행할 경우 ‘제국주의 세력’에게 끔찍한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말로 회담을 마무리한다. 미 정보당국은 플루토늄 핵심이 24시간 내에 남포항에서 선박에 실릴 것이라는 정보를 긴급 보고한다.

한미동맹은 긴장상태에 빠지고 두 나라의 정치적 관계는 상호불신과 혼돈의 늪으로 빠져든다. 워싱턴의 일부 고위 관료들은 한국과 일본이 이렇듯 분초를 다투는 정보에 접근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관계자들은 이에 대한 찬반논쟁을 벌인다. 동맹국, 특히 한국과는 이 정보를 공유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두고 거센 논란이 이어진다. 이 가운데 일방주의자들(unilateralist line)의 논점이 힘을 얻는다. 미국이 문제의 핵 판매선박을 저지할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 한국 정부는 미국의 저지 시도를 막으려고 할 것이다, 한국 정부의 일부 친북성향 안보 당국자들이 이 정보를 비밀로 유지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는 등의 주장이 그것이다.

결국 미국 대통령은 남포에 선제공격을 단행해 핵 설비가 실린 선박을 파괴하고 항구의 교통시설을 무력화하기로 결정한다. 공격 개시 불과 몇 분 전, 미국 대통령은 한국 대통령과 일본 수상에게 전화를 걸어 공격사실을 통보한다. 문제의 선박은 남포항에서 파괴된다.

북한은 서울과 주한·주일 미군기지에 보복포격을 퍼붓는다. 한반도에 전쟁이 발발하고 한미연합군의 우세한 전력 속에서도 민간인을 포함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한다. 전쟁이 끝날 무렵 인민군은 패배하고 북한은 완전히 한국군에 의해 점령된다. 북한의 모든 핵 프로그램이 무력화된다. 추가 정보가 속속 밝혀지면서 북한이 남포항의 선박을 이용해 국제 테러조직에 핵을 판매하려 했다는 정보가 사실이었음이 확인된다.]

 

무시무시한 시나리오가 아닐 수 없다. 이 시나리오는 마치 미국의 선제공격을 선호하는 것처럼 구조가 짜여 있지만(북한의 ‘레드 라인’ 넘어서기, 핵 거래에 대한 정확한 정보, 급박한 시간), 미국의 일방적인 선제공격이 야기할 골치 아픈 문제에선 비껴나 있다. 즉 동북아 동맹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미국의 관계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한국정부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심지어는 제대로 알리지도 않고 감행된 미국의 대북공격은 한미동맹의 종결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미일동맹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 시나리오대로 국제도시인 서울에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게 되면 중국, 러시아, 유럽연합, 호주, 캐나다 등의 외국 민간인은 물론 상당수 미국인도 피해를 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설사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의 공격이 타당했다고 인정한다 해도, 이 참혹한 상황이 불러올 외교적인 파장은 미국이 지금껏 직면했던 그 어떤 문제와도 다른 일이 될 것이다. 이 모험의 결과 미국이 고립무원의 상황에 놓이게 되리라는 것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그러나 이 시나리오는 미국의 일방적인 선제공격이 결코 고려대상이 될 수 없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라, 선제공격이 야기할 엄청난 피해와 파장을 다시 한번 강조하기 위해 상정한 것이다.

 

[ 2) 북한의 선제 공격

가까운 미래에 북한은, 미국이 한미연합군과 팽팽히 대치하고 있는 인민군에 보복공격을 감행하지 않으리라고 계산하기에 이른다. 북한은 24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동북아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기지를 공격할 수 있는 노동 미사일 수백 기를 비축한 상태다. 북한은 또한 사거리가 미 본토까지 이르는 대포동 미사일의 시험발사를 마쳤다. 미 정보당국은 북한의 능력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이 와중에 한미관계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다. 70%의 유권자와 85%의 대학생이 ‘미국 대통령을 김정일보다 더 큰 위협으로 생각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된 것이다. 모든 공식적인 층위의 한미관계는 물론 군사협력에서도 한미 양국엔 불신과 긴장이 고조된다.

어느 무더운 8월의 늦은 밤, 북한의 영변 핵 시설에서 거대한 폭발음이 들린다. 북한 방송은 즉각 비상체제에 돌입해 영변이 미국의 공격을 받았다고 발표한다. 몇 분 후 서울 한가운데 위치한 용산 미8군 기지에 수백 개의 포탄이 집중 투하된다. 영변 폭발 후 15분 이내에 모든 북한 미디어를 통해 다음과 같은 북한 최고권력자의 메시지가 방송된다.

‘제국주의자들의 공격으로 영변 단지가 파괴되었으며 우리는 그 공격을 허가한 제국주의자들의 본부에 보복공격을 했다. 우리는 제국주의자들의 침략 위험에 처해 있으며 그들의 공격에 공격으로 맞서야 할 것이다. 적은 인민군의 공격으로부터 안전한 후방이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한국은 공황상태에 빠진다. 유엔사령부와 연합사령부에 혼돈이 감도는 가운데 이 상황에 대한 분명한 정보가 전달된다. 영변 핵 시설 폭발은 북한의 자작극이었다는 것이다. 용산기지에 심각한 타격을 가한 보복 포격은 잘 짜여진 각본의 일부였지만, 주변의 민간지역에는 비교적 타격을 입히지 않았다. 사상자 대부분은 미국인이나 미군에 고용된 한국인들이었다. 북한 인민군은 전시상태로 이동했지만 어떠한 추가행동도 하지 않았다. 미군에는 사령관의 추가명령이 있을 때까지 대응포격을 연기하라는 지시가 떨어진다.

한편 한국 내부에선 영변의 폭발이 미국의 북한 체제교체 비밀작전의 첫 단계라는 루머가 퍼진다. 일부 인터넷 매체들은 미국의 비밀계획이 북한의 서울에 대한 핵 공격 가능성을 도외시한 처사라고 보도한다. 청와대는 백악관과 지속적인 연락을 취하는 동시에 다른 동맹국과도 계속 접촉한다. 대한민국 국회는 비상회기에 돌입하여 비공개 브리핑을 통해 상황을 보고받는다. 그 날이 가기 전 한국 대통령은 방송을 통해 ‘영변 사고가 미국의 공격 때문이라고 믿을 만한 증거가 없으며 오히려 모든 증거는 이 엄청난 파국이 북한의 자작극이라는 점을 보여준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발표한다.

영변 폭발 후 24시간 내에 한국과 국제사회의 여론이 이 문제의 진실을 인정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중국과 러시아 정부를 포함한 국제사회 지도자들은 북한의 기만적인 기습공격을 비난한다. 그러나 미국, 한국, 일본의 지도자들은 대응방법을 놓고 다음과 같은 딜레마에 빠진다.

북한에 대한 보복공격은 인민군의 더 큰 반격을 부를 수 있다. 미국이 대응하면 한반도 전면전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미국과 동맹국들이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상황을 수습할 수 있을 테지만 공격이 감행될 경우 민간인 사상자(주로 한국인) 수는 끔찍한 수준이 될 것이다. 또한 미국의 정책 결정자들은 미국 서부의 주요 도시들을 겨냥해 핵을 탑재한 대포동 미사일이 발사될 경우, 본토에서 많은 사상자가 발생할 가능성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미사일방어시스템이 대포동 미사일을 차단할 가능성은 일단 계산에 넣지 않는다).

반대로 북한의 기만적인 자작극에 대응하지 않을 경우 한국(및 일본)에 대한 미국의 완전한 안전보장에 공백이 있다는 결론이 대두될 수도 있다. 이는 북한이 미국과 그 동맹국에 ‘방어가 불가능한 공격’을 감행하는 데 성공했으며, 미국이 이를 저지하는 데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맹국 사이의 신뢰는 근본적으로 붕괴된다. 이를 계기로 아시아에 미군이 주둔하는 것은 점점 자산이 아니라 부채가 된다.]

 

이 시나리오는 북한이 미국을 효과적으로 통제하는 데 성공할 것이라는 결론으로 향한다. 북한은 미국이 핵을 보유한 북한에 보복공격을 할 수 없으리라고 계산하고 미군을 공격한다는 것이다. 더욱 흥미로운 부분은 미국의 대응실패가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동맹구조를 훼손하리라는 예상이다.

이 시나리오들을 종합해볼 때, 각각의 상이한 결론은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를 최대한 피하고 좋은 결과를 유도하기 위해 미리 다양한 선택지를 검토하는 작업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준다. 그러나 미국 정책 분석가들, 특히 정책 결정자들이 북핵 위기의 미래가 어떻게 나타날지 충분히 고민하고 있다는 증거는 미미하다.   (끝)

정리·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신동아 발행일: 2004 년 11 월 01 일 (통권 542 호)
쪽수: 180 ~ 191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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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05 

중국의 속셈은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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