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법재판소 존재 이유 입증할 때다[시평]
민주화 이후 최악의 헌정 위기
입법부는 무분별 탄핵안 남발
계엄 선포로 맞서려 한 대통령
尹의 계엄권 남용 여부 최우선
대통령 대행 탄핵 정족수 문제
국회 권한 남용 논란도 따져야
대한민국이 1987년 민주화 이후 최대의 헌정 위기를
맞았다.
야당이 지배한 입법부는 2023년 이래 두 달에
한 명꼴로 탄핵소추안을 의결해 행정부를 마비시키고
있다. 대통령은 이에 맞선다며 계엄을 선포하고
국회를 무력화하려 했다.
대통령을 연행하려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을 경호처가 막으면서 공권력끼리 충돌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이 정상적인 민주국가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민주공화국에 멍이 들고 있다.
대통령과 의회가 ‘막가는’ 이때, 삼권분립의 또
다른 한 축인 사법부, 그중에서도 헌법재판소가
막중한 책임을 짊어지게 됐다.
헌재의 존재 이유가 자유민주주의의 수호에 있기
때문이다.
헌재는 오스트리아에서 1920년에 탄생했다.
전후 독일(1949)과 이탈리아(1948)가 새 헌법을
만들면서 헌재 시스템을 도입했다.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전범국들이 다시는
전체주의로 회귀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이후 프랑스가 1958년 ‘드골 헌법’을 만들면서
도입했다. 우리는 1987년 민주화의 결과로,
독일을 모델 삼아 새 헌법에 헌재 설치를 명문화했다.
독일의 헌재는 자유민주주의의 적(敵)과 싸우는
전투적 민주주의(militant democracy)의 상징적 존재다.
민주공화국 체제에 대한 위협이라는 이유로,
신나치주의정당(SRP)과 공산당(KPD)을 해산시켜
버렸다. 다수결에 의해 의회에서 통과된 법에 대해서
도, 헌법 정신에 위배 되면 서슴없이 위헌 결정을
내린다. 지금까지 약 5%의 법이 무효화됐다.
위헌 결정 때에는 대체 입법에 도움이 되라고,
헌법의 틀 안에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주기도 한다
우리나라 헌재도 굵직한 판결을 여러 차례 내렸다.
두 차례의 대통령 탄핵심판, 통진당 해산(2014)
수도이전 위헌(2004) 동성동본금혼 헌법불합치(2005)
국가모독죄 위헌(2015) 낙태죄 헌법불합치(2019)
지역구 투표를 정당투표로 간주하는 1인1표제
위헌 결정(2001) 등이다.
초미의 관심사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이다.
헌법은 대통령에게 계엄권을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비상사태가 아닌 상황에서 국회를 무력화할
목적으로 계엄을 선포했다면 반(反)헌법적이다.
이것이 확인된다면 헌재는 엄정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민주 질서를 훼손함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헌법은 국회에 탄핵소추권을 부여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독일과 달리,
의회에서 탄핵소추가 가결되면 그 순간부터 직무가
정지된다. 따라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하지
않았는데도, 행정부를 무력화시킬 목적으로,
또는 국회를 지배한 야당 대표에 대한 수사와 재판에
영향을 줄 목적으로 탄핵소추해 직무를 정지시킬 수
있다. 따라서 헌재는 정략적 탄핵 여부를 신속히
판단해야 한다. 무고한 경우 바로 직무에 복귀해야
하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국회가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에 대통령에 준하는 정족수
규정(국회 재적 3분의 2 찬성)을 적용하지 않고,
재적 과반 찬성으로 가결해 직무정지시킨 것도
권한 남용이 아닌지에 대한 판단이 시급하다.
‘제왕적 대통령’이나 ‘입법 독재’라는 말이 회자되면 안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저명한 법정치학자 도널드 코머스 교수는 독일
헌법재판소를 ‘독일 민주주의의 수호자’라고 했다.
우리 헌법재판소도 제왕적 행태를 보이는 대통령과
다수결 독재로 흐르는 의회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 헌법 제1조(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를 지켜내는 수호자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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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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