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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께서 남기신 글입니다.  [2011/01/20]
여성 ROTC 훈련 “교관님, 빡세게 시켜줘요"

 
본보 신민기 기자 체험르포



《 총을 잡은 손에는 쩌릿한 금속 느낌이 피를 타고 전해졌다. 화장을 지운 두 볼은 차가운 칼바람으로 빨갛게 달아올랐다. 훈련이 거듭될수록 호흡은 거칠어졌지만 ‘나라를 지키는 것은 바로 우리’라는 뭉클한 감정에 흔들리는 다리를 곧추세웠다. 저 멀리 지나가는 늙은 군인의 닳은 군화 뒤축은 ‘나라는 입과 머리가 아니라 손과 발, 흘리는 피와 땀으로 지키는 것’이라는 것을 무언()으로 웅변하고 있었다. 》

군대는 남자들만 가는 곳이라고 생각했던 나. 대한민국 군() 사상 최초인 여성 ROTC 후보생들과 함께 일일 후보생이 돼 장교 훈련을 받았다. 19일 경기 성남시 수정구 학생중앙군사학교에서 열린 이날 훈련에는 나와 건국 이래 최초인 59명의 고려대, 숙명여대, 충남대 등 7개 대학 출신 여성 ROTC 후보생이 참여했다. 나는 하루지만 10일 입소한 후보생들은 3주간 훈련을 받는다. 그래도 우리는 ‘전우()’다.

○ 국가는 남자와 여자가 함께 지키는 것

적의 총알이 여자라고 피해 갈까. 훈련에 남녀 차이는 없었다. 어둠이 채 가시지도 않은 오전 6시. 얇은 티셔츠 안으로 영하 10도 안팎의 칼바람이 파고든다. 도수체조를 끝낸 뒤 남자 ROTC 후보생들과 함께 뛰는 5km 구보. 뛸수록 호흡이 가빠진다. 우리보다 넓은 그들의 보폭을 따라잡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모두들 아직 훈련이 익숙하지 않지만 지고 싶지는 않다. 2분간 윗몸일으키기 120회, 팔굽혀펴기 70회를 거뜬히 해내는 후보생도 있다. 남자 동료들도 놀라는 기록이다. 여자라고 적이 살살 때릴까. 안에는 분홍색 내복을 입고 작은 입술에는 립글로스를 발랐지만 전투복을 입고 총을 들자 더 이상 여대생이 아니었다.

이날 오전은 총검술 훈련이 주를 이뤘다. 작은 강아지 무게만 한 K2 소총(대검 0.27kg 포함 3.53kg)은 10초만 들고 있어도 팔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로 무거웠다. 강아지는 안 무거웠는데…. 박기은 후보생(21)은 “나중에 소대원들에게 존경스러운 소대장이 되려면 나부터 잘해야 한다”며 “각(자세)이 나와야 하는데 아직 몸에 배지 않았다”고 자연스럽게 군대용어를 썼다. 박 후보생은 숙명여대 체육교육과 재학생으로 검도, 수영으로 다져져 총 든 자세가 동기 중 가장 군인답게 보였다. 영화 ‘G.I. 제인’의 데미 무어처럼.

4시간여 동안 찌르기 막기 때리기 등의 총검술을 익히는 동안 누구도 힘들다고 뺀 사람은 없었다. 대부분은 처음 해봐서인지 오히려 재미있다는 반응.
구령으로 목소리가 다 쉰 한정인 후보생(20)은 자세가 잘 잡히지 않는다며 지나가던 교관에게 소나기 질문을 쏟아냈다. “대검 끝을 몇 도로 비스듬히 틀면 적의 가슴을 ‘팍’ 찌를 수 있습니까.”

김해빛나 후보생(20)은 “진짜 총으로 총검술을 배우니 진짜 군인이 된 느낌”이라며 “지금까지는 여대생이었지만 내일은 최강의 전투형 소대장이 되겠다”고 당차게 말했다.

○ 그래도 아직은 여대생



19일 오전 경기 성남시 수정구 창곡동 학생중앙군사학교에서 숙명여대를 비롯한 전국 7개 대학에서 선발된 59명의 여성 학군사관(ROTC) 후보생들이 남성 후보생들과 함께 총검술 훈련을 받고 있다. 본보 사회부 신민기 기자도 이날 함께 훈련했다. 성남=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그래도 짬짬이 쉬는 동안에는 말똥만 굴러가도 웃는다는 여대생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숙명여대 김유리 후보생(21)은 “오전 훈련을 나가기 전에 무심코 동기들에게 ‘얘들아, 5분 남았다. 얼른 옷 갈아입고 군장 챙기자’고 말했다가 ‘아차!’ 했다”며 “‘얘들’ 대신 ‘동기들’이라는 말을 써야 했는데 깜빡했다”면서 웃었다.

그래서인지 후보생들은 말실수를 할 때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용어 사용을 똑바로 하자”를 10번씩 복창하며 팔굽혀펴기를 했다. 쉬는 시간 무심코 누군가 최근 끝난 SBS ‘시크릿 가든’ 결말을 묻자 또 다른 동기가 “우리 지금 장난하러 온 거 아니다”라며 따끔하게 지적했다.

너무 심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김 후보생은 “우리는 대한민국 육군 장교 후보생입니다. 수동적으로 누가 혼내기를 기다리기보다 저희가 알아서 고쳐 나가야 합니다”라며 ‘다·나·까’(서술어를 ‘…다’ ‘…나’ ‘…까’로 끝내는 군대식 말투)로 말했다.

잘 알 수 없는 교관들의 지시에는 ‘왜 이런 지시를 내리는지’를 한 번 더 고민하는 습관이 들었다고 한다.

“지금은 제 앞가림도 겨우 하지만 나중에는 소대원들을 보살피고 나아가서는 군대를 이끌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 We are Soldiers(우리는 군인이다)

점심 식사가 끝나고 김세영 후보생(22)이 오후에 있을 영외 훈련에 대비해 몸집보다 더 큰 군장을 둘러멨다. 15kg짜리 완전 군장에는 5kg짜리 모래주머니도 포함된다. 김 후보생은 “소대장이 되면 행군을 갈 때에도 제일 앞장 서야 하고 다치거나 지친 소대원이 있으면 그 몫까지 대신 들어줘야 한다”며 “언젠가는 이런 군장 2개도 거뜬히 들 수 있도록 더욱 열심히 훈련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자 후보생들의 생활관 교육을 책임지는 황보정미 대위는 “얼차려를 줄 때 여자 교육생들을 봐주려고 하면 ‘똑같이 해 주십시오’라는 대답이 돌아온다”며 “여성 남성 후보생들이 서로 경쟁하면서 훈련에 임하는 자세도 더 좋아졌다”고 말했다.

잠시의 쉬는 시간이 끝나고 다시 훈련 시작을 알리는 호루라기가 날카롭게 울렸다. 인간인지라 여기저기서 “끙∼” 하는 작은 소리가 들린다. 그때 누군가 나지막한 소리로 말했다.

“가자, 우리는 군인이다.”

학생중앙군사학교=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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